♧ 여자여도 엄마여도 할머니여도 사람이다. ♧
철없던 시절, 사랑이 전부인 줄 알았다.
그 사람만 있으면 세상이 다 내 것 같고, 눈만 마주쳐도 웃음이 났다.
연애가 깊어지고 결혼이 다가오자,
어렴풋이 이상하다 싶은 것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결혼식은 왜 ‘여자 쪽’이 준비를 더 많이 해야 하지?
왜 ‘시집간다’는 말을 써야 하지?
왜 남자는 멋지게 입고 서 있는데,
여자는 치렁치렁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며야 하지?
묻고 싶었지만, “원래 그런 거야”라는 말에 그냥 넘겼다.
그렇게 웨딩마치를 울리고, 신혼여행을 떠났다.
처음엔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매일 함께 눈 뜨고
잠드는 일상이 마냥 설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속이 뒤틀리듯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음식이 잘못됐나? 비위가 상했다.~ 아니다,
병원에 가보니… 사랑의 씨앗이 잉태되어 찾아왔단다.
눈물이 핑 돌았다. 기쁘기도 했고, 솔직히 겁도 났다.
시어머니는 반색하셨다. 야“아들이겠지? 그래야지.”
왜 아직 성별도 모르는 아이에게 ‘아들’이어야 하지?
그 말 한마디가 그렇게도 나를 무너뜨릴 줄 몰랐다.
몸은 점점 무거워지고, 예쁜 옷들은 맞지 않고, 배는 터질 듯 불러오고,
살이 트기 시작하더니 입덧은 미친 듯이 몰아치고…
눈 뜨면 입안이 썼고, 앉으나 누우나 구역질이 올라왔다.
“엄마 되는 거, 신비로운 일이야.” 하던 말은, 나에겐 고문처럼 들렸다.
출산이 다가오자 두려움이 몰려왔다.
밤중에 진통이 시작됐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술집에 있었다.
“빨리 택시 타고 병원 가면 되지, 나보고 어쩌라고 나 지금 회식 중이야.”
그 한마디에 울음이 터졌다.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가는 길,
세상에 나 혼자 덩그러니 던져진 기분이었다.
결국, 혼자 아기를 낳았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나,
아기를 처음 품에 안았을 때 느낀 그 뭉클함.
그 작은 손, 따뜻한 체온…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적이었다.
그 순간, 모든 걸 잊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착각이었다.
하루이틀, 아니 밤낮이 사라진 육아가 시작됐다.
눈만 떴다 하면 우는 아이,
씻지도 못하고 밥도 제때 못 먹고,
거울을 보면 낯선 여자의 얼굴이 있었다.
‘여자’라는 정체성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엄마’만 남아 있었다.
힘들다고 하면 “그래도 너는 엄마잖아.”
그래, 나 엄마다. 그런데 엄마도 사람이다.
조금 자라면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새 묻기라도 하면 문을 꽝꽝 닫고,
게임에 빠진 아이와 싸우는 날이 반복되었다.
“저걸 어떻게 낳았는데” 내 새끼인가 싶다가도,
아이 자는 얼굴을 보면 또 마음이 스르르 녹는다.
그렇게 버티며 살아냈다.
눈물 콧물 웃음이 버무려진 엄마의 삶,
후회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왜냐고?
그게 바로 엄마의 삶이기 때문이니까.
하지만 잊지 말자.
엄마도, 여자도, 누군가의 딸이고 누군가의 친구고,
하나의 온전한 인간이자 인격체라는 점을.
세상은 "엄마의 사랑은 당연한 것"이라 여기지만,
그 당연한 사랑을 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했는지,
어느 한 사람 묻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꼭 집어 깨닫게 해줘야 한다.
살아있을 때, 우리 서로 더 자주 안부를 묻자고.
눈 감고 곁을 떠났을 때 후회하지 말고,
살아 계실 때 손잡고 고맙다고 말하자고.
그리고 세상의 모든 ‘여자’들에게. 딸들에게
당신이 ‘아내’가 되었든, ‘엄마’가 되었든
그건 죄가 아니라, 당당한 당신의 선택이었음을 잊지 말자.
지구촌 모든 여성과 엄마들에게 존경을 담아
고생하셨다. 수고하셨다. 장하시다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 좋은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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