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슨병(Wilson disease) ♧
1. 윌슨병이란?
윌슨병은 구리(copper)의 대사장애로 간이나 뇌 등에 구리가 쌓이는 선천성 질환입니다.
인간은 음식을 통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비롯해 수많은 영양소를 섭취하는데, 그중 구리는 철의 운반과 산화, 뼈의 무기질화, 세포호흡 등을 보조합니다. 구리는 아주 소량이지만 인체에 꼭 필요한 영양소 중 하나로, 다양한 식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체내 필요량보다 더 많은 양의 구리를 섭취합니다. 이렇게 과잉 섭취한 구리는 간에서 대사되어 대소변으로 배출되는데, 이 구리의 배출에 관여하는 ATP7B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구리가 우리 몸에서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인체 여러 기관이 망가지는 희귀유전질환이 바로 윌슨병입니다.
2. 윌슨병의 증상
구리는 금속성 물질이라 오랜 시간이 흘러도 인체에서 녹아 없어지지 않습니다. 혈관을 떠돌다가 간, 뇌, 안구, 신장 등 인체의 여러 조직에 조금씩 쌓이면서 박혀서 장기를 서서히 망가뜨립니다. 구리가 가장 먼저 축적되기 시작해 가장 먼저 손상되는 장기는 간으로, 구리에 의해 간에 염증이 생기고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만성피로 같은 비특이적 증상이 나타나다가 간 손상이 심해지면 황달, 복수 등이 발생합니다. 구리가 간을 넘어 뇌에 쌓이면 말이 어눌해지거나 인지기능이 저하되고 손발이 떨리고 침을 흘리는 등의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고, 안구에 침착되면 실명에 이를 수 있습니다. 구리로 인해 신장 기능이 망가져 투석치료를 받는 환자도 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구리 대사장애가 발생하지만, 영유아기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구리가 어느 정도 쌓여야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10세 전후에 간 손상으로 인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청소년기를 지나면 신경학적 증상까지 발생합니다. 그러나 환자마다 편차가 커서 성인이 되어서야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3. 윌슨병의 원인
윌슨병은 구리의 배출에 관여하는 ATP7B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상염색체 열성 유전질환입니다.
4. 윌슨병의 진단
환자의 증상, 간 기능 평가, 24시간 소변 구리 검사 등을 종합해 윌슨병을 추정할 수 있고, 유전자 검사로 ATP7B 유전자 돌연변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5. 윌슨병의 치료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질병이기 때문에 병의 원인 자체를 교정할 순 없지만, 구리가 많이 함유된 음식 섭취를 조절하면서 약물치료를 받으면 큰 문제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약제는 크게 구리배설제와 구리흡수억제제로 나뉩니다. 구리배설제는 몸속을 떠돌아다니는 구리와 결합해 소변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며, D-페니실라민 또는 트리엔틴이 사용됩니다. 구리흡수억제제는 아연 성분의 윌리진이라는 약물로, 구리와 아연은 우리 몸에서 경쟁적으로 흡수되기 때문에 음식 섭취 전에 이 아연 약을 먼저 복용하면 구리 흡수를 억제할 수 있습니다. 임의로 약을 중단하거나 제대로 먹지 않으면 간 기능이 급속히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치의의 처방대로 약을 잘 복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소화기영양과 고홍 교수)
댓글